겨울 제주 좋아하시나요?
저희 신랑은 지금 몇 년째 겨울마다 혼자 한라산등반을 하고 오고 있어요
신랑이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면 너무 매력적이기 하더라고요 ^^
겨울 제주에서 눈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하얗게 변하는 곳 중 하나가 어승생악입니다
해발고수가 한라산 정상부만큼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승생악은 종종 “벌써 눈이 왔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형과 기후 조건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 어승생악?
어승생악은 제주 한라산 어리목 탐방로 입구에 위치한 '기생화산(오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라산은 무조건 힘들고 오래 걸린다는 오해 때문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어승생악은 해발 1,169m임에도 불구하고, 시작 고도가 높아 단 3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왕복 약 2.6km의 완만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어 '한라산 맛보기 코스'로 불리며, 날씨가 좋으면 추자도와 남해안까지 보이는 절경을 자랑합니다.
♣ 겨울철 어승생악이 다른 오름보다 먼저 눈이 쌓이는 이유
▶ 한라산 중산간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오름
어승생악은 한라산의 본격적인 고산 지대와 제주시 평지 사이, 중산간의 경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위치는 비와 눈의 경계가 가장 자주 형성되는 구간이다.
평지에서는 비로 내릴 강수량이, 이 지점에서는 기온 차로 인해 눈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 바람길이 만들어내는 체감 기온 저하
어승생악은 주변에 높은 오름이 밀집해 있지 않아 바람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형이다.
겨울철 북서풍이 불면 체감 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같은 강수 상황에서도 눈이 더 빨리 쌓인다.
이 바람은 쌓인 눈을 날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표 온도를 빠르게 낮춰 적설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 숲과 초지가 혼합된 지면 구조
어승생악의 탐방로는 숲길과 초지가 반복된다.
숲 그늘 구간에서는 햇빛이 직접 닿지 않아 눈이 녹는 속도가 느리다.
반면 초지 구간에서는 눈이 쌓이기 쉬운 평탄한 지면이 형성되어 있다.
이 혼합된 지면 구조가 초기 적설을 빠르게 고정시킨다.
▶ 도심과의 고도 차이가 만드는 미세 기후
제주시 도심과 어승생악 사이의 고도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겨울에는 이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도심에서는 영상 기온을 유지하는 날에도, 어승생악 일대는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 미세한 온도 차이가 눈과 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냉기 축적 효과
겨울철 한라산 상부에서 내려온 찬 공기는 중산간에 머무르며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어승생악은 이 냉기가 모이기 쉬운 위치에 있어, 한 번 눈이 내리면 바닥 온도가 낮게 유지된다.
그 결과, 같은 시각에 내린 눈이라도 다른 오름보다 먼저 쌓이고 오래 남는다.
▶ 먼저 쌓이는 눈이 주는 착시
어승생악에 눈이 먼저 쌓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겨울 산행은 위험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위험 요소는 적설 자체보다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
어승생악의 빠른 적설은 오히려 방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마무리
겨울철 어승생악이 유독 먼저 하얗게 변하는 이유는, 눈이 특별히 많이 오는 곳이어서가 아니다.
중산간 경계에 놓인 지형, 바람, 숲, 고도 차이가 겹치며 만들어낸 제주 특유의 겨울 풍경인 것이다.
이 특성을 이해하면, 어승생악의 겨울이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