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은병(銀甁)과 활구(活口): 한국 고대 화폐의 실체와 의미
한국사에서 화폐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지만, 고려시대 화폐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고려시대 은병과 고려 활구는 조선의 상평통보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두 금속화폐는 고려 경제와 국제 교류, 그리고 사회 변화까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려시대 은병(銀甁)과 활구(活口)의 실체와 의미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은병(銀甁)이란 무엇인가?
**은병(銀甁)**은 고려시대에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은 화폐입니다. ‘은으로 만든 병’이라는 이름처럼, 은병은 윗부분이 넓고 아랫부분이 좁은 병 모양의 막대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 무게: 약 600g~700g
- 순도: 순은 90% 이상
- 제작: 개성 근처 ‘주화소’에서 국가 주도로 주조
은병의 탄생 배경
고려는 청동전, 철전, 저화(종이화폐) 등 다양한 화폐를 실험했으나, 실질적으로 가장 신뢰받은 것은 ‘은’이었습니다. 이는 중국 송·요나라와의 무역이 활발해지며 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액 거래나 국제 무역, 세금 납부 등에서 은병이 널리 쓰였습니다.
은병의 유통과 사용
- 대규모 거래(토지, 고가 상품)
- 세금 납부 및 국가 재정
- 중국 상인과의 무역 결제
- 주로 부유층, 상인, 국가 기관에서 사용
은병은 그 순도와 무게, 국가 보증 덕분에 ‘가치 있는 화폐’로 자리 잡았습니다.
활구(活口)란 무엇인가?
**활구(活口)**는 고려 후기, 원나라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등장한 대표적인 은화(은 동전)입니다.
‘활구’란 ‘살아있는 돈’, 즉 실제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돈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활구의 특징과 구조
- 형태: 둥근 동전, 가운데 구멍, 표면에 ‘활구’ ‘중통원보’ 등 명칭 각인
- 가치: 활구 1매 = 은 1냥(37.5g), 실물 은화로서 가치 보장
- 공신력: 국가가 직접 주조, 조폐당국 보증
- 주용도: 대외 무역, 대규모 상업, 고액 거래에 주로 사용
- 원나라 은화(중통원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음
활구의 역사적 의의
활구는 단순히 국내 거래를 넘어, 원나라·일본·동남아 등 국제 교역의 표준 화폐로 쓰였습니다. 고려 무역상들이 대량 상품 거래, 세금 납부, 외국인 상인과의 결제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고려 상업 자본과 금융 시스템이 크게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은병과 활구의 한계와 쇠퇴
두 화폐는 고려 후기 경제를 이끌었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주요 한계
- 실물 은의 공급에 따라 유통량이 불안정
- 무거워서 대중적 소액 거래에는 부적합
- 전란이나 국가 권위 약화 시 위조/신뢰도 하락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동전(상평통보), 곡물, 포(삼베)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했고, 은병과 활구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은병과 활구의 현대적 의미
- 국제 금융 네트워크: 고려가 이미 국제적 금융 질서에 참여했던 흔적
- 금속 화폐 실험: 한국 금융의 초기 모습, 실물 기반 화폐의 가치와 한계
- 금융·상업 전통: 오늘날의 디지털 화폐, 암호화폐, 신용카드 등 다양한 결제 실험의 역사적 선조
천 년 전 고려인들이 이미 은병과 활구로 세계와 거래했다는 점은, 오늘날의 금융 혁신과도 연결되는 의미를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은병과 활구는 누가 주로 썼나요?
A. 부유층, 상인, 국가 기관, 그리고 해외 무역상들이 주로 사용했습니다.
Q. 은병과 활구의 진품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실물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Q. 고려 일반 백성들은 어떤 화폐를 썼나요?
A. 주로 쌀, 베, 동전(철전) 등을 소액 거래에 사용했습니다.
Q. 은병과 활구의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국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액 결제와 무역 활성화, 국가 재정 확립에 기여했습니다.
결론 및 요약
고려시대 은병과 활구는 단순한 옛날 돈이 아니라, 이미 고려가 세계적인 상업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금융 실험을 했던 증거입니다.
이 두 화폐는 실물 경제, 국제 교류, 국가 재정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오늘날 한국 금융 전통의 뿌리를 보여줍니다.
박물관에서 실물 은병과 활구를 꼭 한 번 눈여겨보시고, 한국 경제사의 깊은 전통을 직접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