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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사’의 배경: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계성

‘한국통사’의 배경: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계성

망국의 기록을 넘어, 민족의 정신을 일으키다

 

‘한국통사’의 배경: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계성

 

조선의 멸망과 한 지식인의 고뇌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면서 수백 년간 이어진 조선의 국권이 무너졌다.

백성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지식인들은 자책과 분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박은식(朴殷植)이다. 그는 학자이자 교육자였고, 동시에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고자 했던 저항적 지식인이었다.

이러한 그의 고민은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 민족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글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1915년 상하이에서 집필된 『한국통사(韓國痛史)』이다.


‘통사(痛史)’라는 이름에 담긴 의도

‘통사’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픈 역사’다. 하지만 단순히 고통의 기록이라는 차원을 넘는다. 박은식은 이 책을 통해 “나라를 잃은 백성의 통곡을 담고자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게 있어서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 나열이 아니라, 민족의 영혼을 지키고 일으켜 세우는 정신의 기록이었다.

그는 “형(形)은 망할 수 있어도, 정신은 망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형체로서의 국가는 사라졌지만 정신으로서의 민족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한국통사란 무엇인가?

  • 저자: 박은식
  • 출간: 1915년, 상해에서 간행
  • 내용: 고조선~대한제국 멸망까지 전 역사 아우름
  • 목적: 민족의식 고취, 자주독립 의지 강조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계성: 망명 중 집필된 항일 역사서

『한국통사』는 박은식이 중국 상하이로 망명한 후 집필되었다. 그는 1911년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 정세를 관찰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고 이후 제2대 대통령까지 역임하게 된다. 이 시기 상하이는 망명 독립운동가들의 거점이자, 지식인과 혁명가들이 집결하는 정치·문화적 중심지였다.

박은식이 이곳에서 『한국통사』를 집필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임시정부의 대의와 항일 의지를 역사적 정통성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대한제국 멸망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통사』는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책이 아니라, 임시정부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하고, 국민의 항일 의식을 고양시키는 정신적 무기였다.


상해의 망명지식인 공동체와 출판의 의미

당시 상하이는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국권 회복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뭉쳐 있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항일 운동을 전개했다. 그중 역사서를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박은식은 상해에서 독립신문과 신한청년단 등과 교류하며, 출판과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한국통사』의 출간은 단순한 개인 저술이 아닌, 망명 공동체 전체의 역사적 자각과 정치적 메시지를 대변하는 작업이었다.


민족주의 사학의 뿌리, 박은식의 역사 인식

『한국통사』는 단순히 패망의 과정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박은식은 실증주의 역사학과는 다른 ‘정신사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한 국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점에서 그는 후일 신채호의 ‘역사=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명제와 맥을 같이하며, 민족주의 사학의 뿌리를 형성했다.

그는 대한제국 황실의 무능, 친일파의 매국행위, 일본의 치밀한 침략 전략 등 망국의 원인을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조망했다. 이는 단순한 분노의 감정에 기대지 않고, 정확한 원인 분석과 미래 대책 마련을 위한 역사 서술이었다.


『한국통사』의 현재적 의미

오늘날 『한국통사』는 단순한 역사서로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민족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말하고자 했던 기록이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했던 저항의 문서였다. 특히 박은식이 이를 상해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과 병행하여 집필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정치적 실천과 맞닿은 역사서임을 말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한국통사』를 다시 읽는 이유는,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정신, 책임, 통찰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에게 민족 정체성과 주체의식을 묻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 요약

  • 『한국통사』는 1915년 박은식이 상해에서 망명 중 집필한 책으로, 조선의 멸망과 민족의 고통을 기록한 역사서다.
  • 단순한 통사(通史)가 아닌 ‘통사(痛史)’로서, 민족정신의 회복과 항일 의지 고양을 위한 책이다.
  • 상해 임시정부와의 연계 속에서 저술되어, 정신적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 박은식의 역사관은 정신사 중심의 민족주의 사학의 초석이 되었으며, 이 책은 당대 지식인들에게 강한 자각의 계기를 주었다.